회의록 및 학습자료
2025년 3월 정기모임은 방송·영상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집중관리단체) 설립 구상을 검토했다. 음악의 신탁단체(콩카/음저협)가 음악을 집중관리하듯, 영상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집중관리하는 글로벌 사업 모델을 다룬 것이다. 약 10년 전(2014~2015년) 케이블TV방송협회가 추진했다 문체부 승인 유보로 무산된 구상을, 최근 일본의 방송콘텐츠 신탁단체 운영 사례와 AI 학습데이터 수요라는 새 국면에서 다시 검토했다. 논의는 (1) 유료방송·PP 산업의 구조적 한계, (2) 신탁단체가 필요한 이유와 과거 추진 경과, (3) 권리관리정보 표준화의 난점, (4) 복제·공연·전송·2차적저작물작성 등 사업 모델, (5) AI 시대 배타적 권리의 보상금화라는 입법 방향으로 이어졌다. 이 회차는 방송·제작사(콘텐츠 보유자) 관점이 중심이므로, 개별 창작자·플랫폼·이용자 측 논거는 ④의 「균형 관점」에서 함께 짚는다.
일본은 방송콘텐츠 신탁단체를 약 10년째 운영 중이며, 그 씨앗이 과거 한국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의 일본 교류(2013년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경위가 소개되었다. 한국은 오히려 먼저 구상했으나 무산되었는데, AI 시대에 이 구상이 다시 유효해졌다는 것이 출발점이다. 빅테크가 영상을 학습하려면 개별 권리자와 일일이 협상하기 어려우므로, 음악처럼 영상을 한곳에 모아 일괄 라이선스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유료방송 환경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진단이 제시되었다. 낮은 ARPU(가구당 요금)에 방통위의 물가연동 규제로 요금 인상이 어렵고, 광고 시장은 디지털로 이동해 방송 광고가 계속 축소되며, 지상파·유료방송 모두 수익 악화에 직면해 있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전통적 모델은 해외 콘텐츠를 사와 편성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 것으로, 멀티채널(MPP)을 통한 고정비 효율화가 가능하나(등록제라 채널 수 무제한), 사온 콘텐츠는 이용 기간이 제한되고 IP가 자사 소유가 아니어서 광고 수익에 머무른다. 반면 영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공표 후 70년간 존속하므로, 자체 제작한 콘텐츠만이 지속적 수익원이 된다. 신탁단체는 사온 콘텐츠가 아니라 자체 제작한 IP만 신탁할 수 있으므로, 자체 제작 채널·독립제작사·개인 창작자(유튜버, MCN)를 모아 "영상은 여기 오면 다 된다"는 판을 만드는 설계가 제시되었다.
방송 분야 신탁 니즈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있었고(케이블TV방송협회의 음악 신탁단체 협상 등), 2014년 협회 이사회 승인과 문체부 허가신청서 접수까지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상파가 "우리는 스스로 할 수 있다"며 불참하면서 대표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문체부는 공식 허가를 유보했다. 이 시기는 음악 분야에서 콩카(음저협)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 신탁단체(함저협)가 출범하던 때와 겹쳤는데, 신규 신탁단체에 조직·시스템을 완비하도록 요구한 탓에 초기 비용 부담이 컸고 기존 단체의 견제로 자리 잡기 어려웠던 사정도 함께 언급되었다(구체적 경위·인물은 검증 필요).
집중관리의 대전제는 권리관리정보(작품명·연출·장르·권리 범위·지분)의 표준화다. 디지털 환경에서 정산·검색이 이루어지려면 표준화가 필수이나, 방송사마다 용어가 다르고 띄어쓰기·표기(한글/영문 대소문자)조차 제각각이어서 매우 어렵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회사 내부 시스템(예: CJ의 IP 관리 시스템)은 갖춰져 있어도 회사 간 표준화는 별개의 과제이며, 실제 IP 관리 시스템 구축 시 저작권·PM·외주 개발자가 용어를 통일하는 데만 1년의 인터뷰가 걸렸다는 경험이 공유되었다. 어문(동명이인 작가 식별)·미술(무제 작품 다수, 작가의 디지털화 거부) 분야의 표준화 실패 사례도 소개되어, 표준화가 모든 장르 집중관리의 공통 병목임이 확인되었다.
구체적 수익 모델이 검토되었다. 복제권: 예능의 다른 방송사 콘텐츠 인용, 푸티지 광고(방송 장면을 광고물로 판매) 등(30초 단가 예시, 글로벌은 자릿수 상승 - 수치 확인 필요). 공연권: 헬스장·찜질방 등 영업장의 방송 시청. 가정용과 영업용 수신료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과, 미국의 MPLC(공개 장소 상영 라이선스) 모델, 저작권법 제29조와의 관계가 논의되었다. 전송권·불법유통: 패스트무비·불법 스트리밍 대응. 신탁단체는 자기 이름으로 소를 제기(소권)할 수 있어 개별 권리자가 각자 고소해야 하는 영상보호협의체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2차적저작물작성권: UCC·패스트무비를 단속만 하기보다 "한국 콘텐츠를 널리 쓰게 하되 파생 콘텐츠는 5:5로 저작권을 나눠 이 단체에 신탁"하는, 콩카보다 유연한 모델이 제안되었다.
이 모델의 기본 전제는 신탁범위 선택제(분리신탁)다. CJ ENM처럼 직접 사업이 가능한 사업자는 제외하고, 관리가 필요한 구작이나 특정 권리·지역만 골라 맡길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포괄신탁과 대비된다. 한편 지상파 불참 시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남았다. 과거에는 협회를 통한 인큐베이팅 방식이었으나, 2025년 시점에서는 협회 예산의 한계를 감안해 펀딩(100~200억 원 규모)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신탁의 자발적 니즈가 존재한다면 정부 주도의 대표성 요건에 얽매이지 않고 투자로 출발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논의는 AI 학습 문제로 확장되었다. 저작권은 사전 허락을 요하는 배타적 권리인데, 빅테크는 이 방식으로는 사업이 불가능하므로, 학습 단계에서는 배타적 권리를 보상금(사후 지급)으로 전환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방향이 제시되었다. 미국이 산업지향적("안 걸리면 그만")인 반면 한국은 시비가 걸리는 구조라는 대비, 최근 신문·방송 협회의 대형 포털 상대 소송, 그리고 신문기사의 저작물성(사실 전달 vs 어문저작물)을 구분하지 못한 채 입법을 요구하는 문제도 지적되었다. 또한 방송콘텐츠에 포함된 음반을 두고 유튜브가 음반사 클레임을 인정해 방송사 수익을 배분하는 정책의 부당성(방송권 보상금으로 이미 처리된 영역), 이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도 사례로 다뤄졌다.
집중관리단체는 다수 권리자의 권리를 모아 이용허락·징수·분배·권리구제를 대행하는 조직으로, 개별 권리자와 대형 이용자 간 거래비용을 낮춘다. 한국은 정부 지정 신탁단체가 소권(자기 이름의 소송)을 갖는 점이 강점이나, 획일 요율·독점의 부작용도 지적되어 왔다(2025-05 저작권 분쟁 연대기 회차 참조). 신탁범위 선택제(분리신탁)는 포괄신탁의 경직성을 완화해 권리·작품·지역 단위로 맡길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자체 사업 역량이 있는 대형 사업자의 이탈을 막는 설계다.
공연권 사업 모델과 관련해 저작권법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방송)의 제한이 검토 대상으로 언급되었다(정확한 적용 범위 확인 필요). 방송콘텐츠에 포함된 음반의 처리는 방송·전송 단계의 보상금 체계와 맞물리는데, 기술 발달로 보상금 범위에 전송이 온전히 포섭되지 못한 입법의 불비가 유튜브 수익 배분 분쟁의 배경으로 지적되었다. 미국 MPLC(공개 장소 상영 라이선스 사업) 모델은 국내 도입 가능성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일본은 방송콘텐츠 신탁단체를 약 10년째 운영하고 있어 한국 구상의 참고 모델이 된다. 미국은 산업지향적 규제 환경에서 빅테크의 콘텐츠 이용이 사실상 사후 문제화되는 경향이 있고, 공개 장소 상영은 MPLC 등이 라이선싱을 대행한다. 이러한 비교는 "배타적 권리를 빅테크에 대해 보상금화"하는 한국식 입법 구상의 배경이 된다.
이 회차는 방송·제작사(콘텐츠 보유자) 관점이 중심이었으므로, 반대·보완 논거를 함께 기록한다. 첫째, 또 하나의 법정 신탁단체를 세우는 것은 콩카(음저협)에서 이미 드러난 독점·획일 요율·불투명 분배 문제를 영상 영역에서 반복할 위험이 있다. 회의에서도 "신탁은 위험하다"는 경계가 제기되었듯, 집중관리의 편익과 독점의 폐해는 동전의 양면이다. 둘째, 유튜버·MCN·독립제작사 등 개별 창작자 입장에서 집중관리는 협상력 보완이 되는 동시에, 자기 콘텐츠의 통제권을 단체에 넘기는 것이기도 하다. 신탁범위 선택제가 이를 완화하나, 힘의 비대칭 속에서 실질적 선택권이 보장될지는 별개 문제다. 셋째, 빅테크·플랫폼 관점에서 "배타적 권리의 보상금화"는 이용을 촉진하지만, 보상 수준·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요컨대 영상 신탁단체 구상을 "산업을 살리는 합리적 창구"로만 보는 것은 콘텐츠 보유자의 시각이며, 개별 창작자의 자율성과 이용자·플랫폼의 예측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균형 잡힌 설계가 가능하다.